
‘제왕’이라는 수사가 다소 과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블로그 Eau Rouge가 담고 있는 요리, 와인, F1, 식품첨가물,
대중 문화에 대한 시각까지,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것은 ‘감각’입니다.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고, 인공조미료로 느껴지는 감각처럼 가짜가 아닌,
실제 체험하고 느껴서 얻은 ‘진짜 감각’ 말이지요.
먼저 오해 하나를 풀어야겠네요. 블로그 이름 Eau Rouge를
불어를 전공한 동료에게 물어보니 ‘붉은 물’이라고 하더군요.
와인 포스트가 200개가 넘으니 당연히 와인을 빗대어 한 말인 줄 알았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길’ 이름 이랍니다. 그것도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요.
Eau Rouge는 유명한 F1 대회인 벨기에 그랑프리의
스파 프라코샹 써킷의 커브 이름입니다.
오르막을 타고 올라가다가 정상에서 갑자기 꺾어지는 코스로,
세계의 드라이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스 중 하나랍니다.
도전적이고 짜릿하다고 명성이 높다고 하네요.

MP4/13님이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건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F1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관전후기를 쓰기 위해, 또 한 가지는 2000년부터
마신 와인 때문입니다.
“계속 마시다 보니 아깝더라고요. 이젠 기록을 남겨야 되겠다 싶어서
블로깅을 시작했죠. 하다보니 이것도 하게 되고 저것도 하게 되었지만요 ㅎㅎ”
이것저것이라고 표현한 시사, IT에 관한 글들도 개성이 뚜렷하고
주장이 살아있습니다. 각각의 카테고리를 삼류잡설(시사), 취생몽사(와인),
광속질주(F1) 등 사자성어로 표현한 것도 센스가 만만치 않습니다.

와인과 F1덕분에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MP4/13님을
어느 포근한 겨울날 오후에 만나보았습니다.
맛있는 커피 그리고 MP4/13님이 직접 만들어 오신 티라미수도 함께 말이지요.

에스프레소가 많이 들어가 진하고 향이 풍부한 티라미수를
몇 입 먹고 나니 바로 음식과 요리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1. 요리, 음식, 맛 그리고 와인
- (도대체!) 요리는 어디서 배우신 거에요?
(처음에 블로그 Eau Rouge를 보고 레스토랑 주인이 운영하는
블로그 인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비밀인데(-_-) 단골 와인바 사장님께 배웠어요.
자주 가니까 안면도 있고 해서 이탈리아 요리를 하나씩 배우고 있죠.
배우고 실습을 하기 위해 요즘은 스파게티를 거의 주식처럼 먹고 있어요.
치즈나 달걀, 올리브유 등 재료를 뭘 쓰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까
자꾸 해보면서 맛의 차이를 배우고 있습니다."
- 요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 지?
"첫째는 재료의 맛을 최대한 안 다치게 해서 살리는 것,
둘째는 오랜 시간에 거쳐 속에 있는 깊은 맛을 내주는 것"
- 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소스를 잘 만드는 요리사가 재료를 잘 고르는 요리사를 당하지 못하죠"
- MP4/13님이 추천하는 식당을 꼭 가보고 싶습니다.
블로그에 나와있는 식당 외에 추천을 해주신다면?
"요즘에는 요리해서 먹기 때문에 별로 떠오르는 데가 없는데,
음...(정말 안 떠오르는 표정을 1분간 지음) 마포의 '할머니 껍데기'
(이름이 정확치 않다고 합니다)의 돼지갈비, 연남동 '오향만두',
압구정동 '현대낙지' 정도네요"
(제 수첩에는 '현대낙지:씹는 질감이 남다름'이라고 메모를 해두었습니다:)
- 와인은 한 달에 몇 병이나 드시나요?
"약 스무 병 정도 마셔요. 주로 혼자 단골 와인바에 가서 마십니다.
2000년부터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 다니던 와인바가 있어요"
(이 와인바가 어디인지 헤어지는 순간에도 물었는데,
마지막까지 비밀을 지키시더군요. 사장님이 이렇게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면서요...결국 대학로라는 것만 알려주었습니다)
- 와인도 술이라 마시고 나면 기록을 남기기가 참 귀찮습니다.
와인 포스트를 꾸준히 올리시는 비결이 있으신가요?
"(주섬주섬) 이제 테이스팅 노트를 두 권째 씁니다.
먹으면서 계속 기록을 하죠. 요즘은 시간도 따로 기록하고 있어요."

- 와인에 대한 MP4/13님만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디켄팅은 싫어하는 편이에요.
영화로 치면 앞 부분 다 빼고 하이라이트만 보는 기분이죠.
전 기다리고 변화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재미있어요.
전에는 밤새도록 5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어요"
- 인내가 필요하군요
"중간에 심심하니까 싼 걸로 한 병을 더 따서 마시면서 기다리지요. ㅎㅎ"
#2. F1
- 언제부터 F1을 즐기셨나요?
"1998년 시즌이 끝날 무렵 우연히 보게되었어요.
그 때 월드 챔피온이 미카 하키넨이란 핀란드 드라이버였는데 정말 멋졌죠.
우승팀이었던 맥클라렌의 자동차가 지금 닉네임으로도 쓰고 있는
MP4/13이었습니다"
- 혹시 관련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요?
"2000년부터 국내 자동차 경기의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2003년까지 있었던 창원 F3에서 차량검사 부문 심판을 하기도 했었죠"
#3. 블로깅, 글쓰기 그리고 블랙유머
- 쓰는 분야는 다양하시지만 글쓰는 톤은 일정하신 것 같습니다.
블랙유머가 살짝 느껴진다고 할까요?
"맨날 좋은 게 좋은 거지~ 이러는 건 저에겐 재미없어요.
착하기보다는 솔직하게 따질 건 따지고 제대로 토론하는 블로깅을 하고 싶어요"
- 개성과 주장이 살아있는 포스트도 많습니다.
"블로그의 제일 좋은 점은 제가 쓰고 싶은 걸 쓸 수 있다는 거에요.
남이 원하는 글을 시키는데로 쓰는 게 아니니까 주장도 과감하게 하죠.
전에 우리말의 탈을 뒤집어 쓴 일본말, 먹거리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솔직히 댓글 토론에 실망도 했죠. 주장과 반박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 블로깅의 원칙이 있다면"
"(퍼오거나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경험한 것만 씁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블로깅을 하시는 MP4/13님은 이공계를 전공하고 IT분야에서 종사하다가 현재는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블로깅 분야만큼 이력도 다채롭습니다.
이 날 오프더레코드로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헤어져서 MP4/13님이 향한 곳은 백화점 식품매장의 와인 코너랍니다. '감각의 제왕 MP4/13, 인터뷰 후 와인 매장을 가다'로 마무리가 되었지요. 아무래도 다음 만남은 와인과 함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Trackback Address :: http://blog.blogkorea.net/trackback/103
감각의 제왕^^
인터뷰 잘 봤습니다.
평소 eau rouge님의 와인 포스트 즐겨 봤었거든요^^
전 언제즘 와인에 대해 그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많이 마셔 보면 될까요;;
가산 탕진하도록 마셔 보면... :-)
농담이고, 별로 멋지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오히려 좀 딱딱하지 않나요?
오~~ 전 MP4가 새로나온 음악 포멧 이름인줄 알았습니다.
이런 무식쟁이 같으니라고.. ㅠ.ㅠ
무식하면 어쩔 수 없나봐요.
암튼.. 좋은 이야기도 듣고 F1에 대해 잘 듣고 갑니다.
그게 무식일 리가 없죠. 우리나라에서 F1은 아직까지는 아는 사람만 아는 비인기 종목이니까요.
F1과 와인까지 쓰시니, 남녀 모두를 블로그팬으로 아우르실것 같습니다 :)
남녀 모두 팬이 없는 것 갈은데... ^^
참... 이렇게 보니까 무지하게 남사스럽네... --; 그날 참 떠들기는 많이 떠든 것 같은데, 이렇게 보니까 그날 별거 없는 녀석이 무지하게 잘난척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좀 화끈화끈하네요. 아무튼 보잘 것 없는 제 블로그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아닙니다 때론 겸손을 버리셔도 됩니다 ^^
별 게 넘 많아서 오히려 좀 빼고 소개했는데요 :)
^^
티라미수 얻어먹은 1人!
숨은 솜씨가 한 두 가지가 아니십니다.
부러워요. :)